이태원파출소 직원 "지원 요청했지만 윗선이 거부"... '현장 반발' 확산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의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고강도 감찰과 수사를 예고하자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직 이태원파출소 직원은 “사고 당시 서울경찰청에 인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윗선에서 거절했다”며 지휘부 책임을 거론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파출소 직원 A씨는 전날 밤 경찰 내부망에 “(이태원 참사) 사건 당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 7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용산경찰서 교통직원들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들을 통제 중이었고, 몰려드는 인원이 너무 많아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했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지난달 15, 16일 진행된 이태원 지구촌축제, 이번 핼러윈 등을 앞두고 용산서에서 서울경찰청에 경찰인력 지원 요청을 했지만 윗선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청장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쏘아붙였다.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사고 발생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이를 처리하는 대응은 미흡했다.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 조치가 적절했는지 빠짐없이 조사하겠다”면서 고강도 감찰을 예고한 윤 청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해당 직원의 글에는 이날 오전 400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한 경찰관은 “무능한 지휘관이 경찰을 무능하게 만들고, 한심한 지휘관이 현장요원을 죄인으로 만든다”며 “총체적 문제는 지휘부에 있으니 일선에 책임을 묻지 말고, 지휘부가 책임져라”라고 적었다.
실제 이번 사태로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된 상태다. 경비 업무를 보는 한 간부급 경찰관은 “경찰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지금이 가장 큰 위기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지휘부가 주최 없는 행사라 경찰 책임이 없다고 해 국민 감정에 크게 불을 질러 놓고, 이제 와서 현장 경찰관의 책임을 묻는다고 하느냐”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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